2021년 9월 21일 새벽예배 (새 595장 / 나 맡은 본분은)
서론
하나의 조직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리더나 지도자에게는.. 여러 가지 덕목들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 사항인지를 분별하는 우선순위..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공의로움.. 실수나 잘못을 품어줄 수 있는 포용력.. 기회다 싶을 때는 전진하는 과감함이나, 아닌 것 같을 때는 멈출 줄 아는 절제 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덕목들이 있어야겠지만, 그중에 하나가 리더십을 위임하는 것입니다. 권한을 나누고.. 역할을 분배하고.. 직책을 임명하는 것이지요. 왜 그렇습니까? 소수의 인원이면 혼자서 해도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조직이나 공동체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인원이 합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지도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은.. 빠른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는 장점이지만,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경우 급격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구성원들이 굉장히 수동적이게 되어서.. 있으나마나한 멤버십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상호신뢰가 형성되지 않기에.. 견고해 보이기는 하지만,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살아가고 계십니까?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리더로 부르셨고.. 리더로 사용하고 계십니다. 바라기는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한 영향력을 끼치시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본론
모세가 처가 식구들과의 해후를 마친 다음 날이었습니다. 전날.. 그들은 밤늦게까지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나누며, 하나님을 찬양했던 터였습니다. 최소 100세는 훌쩍 넘었을 장인 이드로는.. 오랜만에 늦게까지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세를 만나러 오기 위해 노숙하며 먼 길을 왔던 데다가, 성공한 사위의 모습에 대견해 하며.. 담소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자정이 넘어 새벽 늦게까지 이야기를 했겠지요. 그리고 이튿날이 되었습니다. 약간은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을 깬 이드로는.. 늦으막히 침소에서 일어나, 장막 밖으로 나와 보았습니다. 순간 난생처음 보는 희한한 광경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기 때문인 것이지요. 처음에는 음식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것인가 싶었는데..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모세가 사람들의 맨 앞자리에 앉아 있고..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듯한 모습을 목격하게 된 것이지요. 이유인즉슨, 사람들의 잘 잘못을 판가름해주기 위한 재판관 역할을 하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이 괴이한 상황을 목격하고.. 모세의 설명을 들었던 장인 이드로는, 또 한 번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이스라엘의 인구는 장정만 해도 60만 명입니다. 여자와 아이들까지 포함시킨다면, 대략 250만 명 정도가 될 것입니다. 전체 인구수야 어떻든.. 가족 안에서의 문제는 대부분 가정 안에서 해결할 것이기에, 모세한테까지는 안 올 것입니다. 아마도 이웃과의 문제로 나오게 되겠지요. 그 얘기는, 장정 인구수만큼의 가정이 있다고 보았을 때.. 일반적으로 가정과 가정 사이의 문제일 것이고.. 전체 가구수의 나누기 2를 하면, 문제의 가짓수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단순 계산만 해도 30만 가지의 갈등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되는 것이지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양보하고 배려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계속해서 경험하고 있었던 데다가.. 광야 생활 초창기였기에, 수 만 수 십 만 가지의 문제까지는 없었겠지요.
우리는 여기에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광야에서 무슨 싸울 것이 있다고.. 매일같이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사람들로 북적대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매일 부어주시는 은혜에 감사하고, 한 마음 한 뜻으로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약속의 땅을 향해 전진해도 부족할 판에.. 같은 편끼리 다투고 있으니, 약간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지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 노예 상태였습니다. 수동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었지요. 그러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자유를 누리다보니, 상대방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어 문제가 생겼을 것입니다. 또한, 애굽에 있을 때는.. 바로 왕과 애굽인이라는 공공의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눈앞의 대적이 사라졌으니, 내부의 같은 편을 공격하게 된 것이지요. 하나 더 얘기한다면, 아무리 초창기라 하더라도.. 거의 매일 텐트를 쳤다가.. 걷었다가, 이른 아침부터 만나를 주우러 나갔다가.. 틈만 나면 광야를 행군하고.. 옆에서는 아이들이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때문에 별 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나 신경질 낼 수 있는 상황이 다분히 있었다는 것이지요.
본문을 통해 제안할 수 있는 또 다른 의문은, 그래도 한때 40년이나 왕자로 자라며 통치자 교육을 받았을 모세가.. 이드로의 제안처럼 조직을 세울 생각을 못 했을까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드로가 이야기한 직분제도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애굽에도 같거나 비슷한 것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모세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한 모습을 통해.. 우리는 모세의 상태에 대해 추측할 수 있습니다. 왕궁에서의 교육을 모두 잊어버릴 만큼.. 미디안에서의 40년 생활은 상당히 혹독했다는 것입니다. 또는 애굽에서 도망친 이래로.. 모세의 삶은 철저히 수동적이었습니다. 누군가 시킨 일..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감당했던 것이지요. 장인의 집에서 독립하지 않고, 더부살이를 한 것도 같은 이유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직 체계를 세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또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 시킨 이후에.. 그 다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미션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찌됐든 분명한 사실은, 이 일들을 혼자서 감당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지요.
결론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모세가 처음부터 분열과 다툼이 있는 사람들을 불러다가.. 판결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수 백 만의 사람들이 단체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갈등을.. 누구나 인정할만한 믿고 맡길 사람을 찾다보니, 하나둘씩 모이다 보니.. 이렇게까지 커진 것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모세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은 하나님께서 추구하시는 것이 아님을 깨달으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역시,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께서 함께 일하시고 역사하심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로마서의 말씀처럼,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 것이지요. 무엇보다, 교회 안에서건 밖에서건.. 여러분들의 주변에 계신 모든 분들이, 특별히.. 한 신앙 공동체로 불러주신 우리 모두가 하나님께서 붙여주신 동역자임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다함께, 하나님의 나라와 주님의 몸된 교회를 든든히 세워 나가시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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