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다른 나라.. 그것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못 사는 나라에 가서,
지지리 궁상맞은 생활을 하며.. 현지인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하는 정도의 삶을 살면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선배 선교사님들이 그렇게 선교를 하셨고, 지금도 그런 분들이 계신다.
현지에서 오래 살다보면, 피부색과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지 않은 이상에야 자연스레 동화되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는가? 어찌보면, 외모 혹은 겉모습이 현지화 되었다는 것은 축복과 칭찬의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선교의 지극히 작은 부분이다.
지금은 교통과 통신이 매우 발달하여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도 안되어 지구 반대편으로 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여전히 오지는 남아있지만.. 꼭 그곳에 가야만 선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엔 후진국에서도 다른 나라로 유학이나 이민, 취업 등을 이유로 상당수가 이동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외국인이 2018년 기준 230만 명이 넘었다.
불법체류자를 포함하면, 250만 명이 넘는다.
다시 말해,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외국인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이주민 선교'이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의 사람들에게만 복음을 전할 필요성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보다 훨씬 선진국인 유럽의 많은 나라들.. 미국과 같은 나라가,
인본주의에 빠져 인권과 자유에 집중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술집으로 업종(?) 변경한 교회.. 이슬람 사원으로 바뀐 교회.. 박물관 교회 등이 늘어나고 있다.
복음화율이 현저히 낮아진 선진국의 도시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그들에게도 복음을 전할 선교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여년 전(2000년 즈음) 대학다닐 때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이 시기에 한창 '선교'에 열정이 있었던 필자는.. 선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내 주변에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나는 그곳에 파송된 선교사이다.'
이 말에 동의하는가? 이것은 복음을 전해야 하는 측면에 대해서 말하지만,
복음을 살아내는 삶에 대한 부분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내 주변에 항상 예수님 믿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인도에 사는 것도 아니고, 어딜 가나 불신자들이 있다.
식당에 가도.. 영화관에 가도.. 커피숍에 가도.. 심지어 내 이웃집이나 직장에까지..
불신자들이 더 많이 살고 있다. 그들에게 일일이 복음을 전하면 좋겠지만, 그러기란 쉽지 않다.
이런 식이라면, 복음을 전하느라 일상 생활을 거의 하지 못 할 것이고..
어떤 경우에는 사람들이 피하게 될 지도 모른다.
오히려 말씀대로.. 복음을 따라.. 살아가면서, 삶으로 복음을 증거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기독교'가 무슨 이유로 '개독교'라는 욕을 먹게 되었는가?
그것은 모두, 말씀따로 생활따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이 부분에 대해 더욱 고민하다보니..
하나님께서 새로운 깨달음을 주셨다.
'선교는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선교에 대해 생각하고, 선교사가 되어야겠다 결심한 사람 중에.. 무언가 거창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를테면, 한 부족을 복음화시키고.. 수많은 현지인 교회를 세우고.. 학교나 병원을 설립하고..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 빨리 그 마음을 내려놓기를 바란다.
이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자기 일을 하게 되는 위험을 갖게 된다.
실제로 그러한 일들을 하신 대부분의 선교사님들은, 처음부터 그런 계획과 포부를 가지고서 하신 것이 아니다.
겸손히 주 앞에서 맡겨주신 것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은사에 따라 하나님께서 하게 하신 것이다.
인간적인 생각과 계획으로 하면 할수도 있겠지만, 소위 말해 '번아웃(Burn Out)' 될 수도 있다.
'선교는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가지고 있는 또다른 의미는 무엇인가?
선교사들도 무언가 직업 비슷한 것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현지인들이 보기에 아무 하는 일 없이.. 그냥 백수처럼 보이는데, 먹고 사는 것에 지장이 없는 듯이 느껴지면..
선진국의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보다 적극적인 선교를 필요로 하는 많은 국가들의 현지인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게 된다. 쉽게 말해, 사기꾼 내지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아버지가 돈이 많으셔서.. 벌어놓은 돈이 많아서.. 후원자들이 많아서, 일종의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
라고 말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상대적인 박탈감만 느끼게 할 뿐이다.
'나는 선교사다.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하기 위해 왔다.'라고 말하면, 신고 대상이다.
다른 측면으로 얘길 한다면,
만약 선교사로 나가지 않았다면 자신의 나라에서 어떻게 살았겠는가?
부부 모두가 교회에서 사역을 한다던지.. 직장에 다니던지 할 것이다.
그렇게 선교지에 나가서도.. 대단하거나 특별하게 생각할 것 없이,
내가 서 있는 곳.. 살고 있는 국가와 지역.. 주변의 환경과 상황에 좌지우지 당하지 않고,
일상 생활을 열심히 살아가며, 말로 복음을 전하기 전에.. 삶으로 드러내야 한다.
간혹, 선교단체.. 선교본부 혹은 파송교회에서 선교사에게..
'현지에 가면 일할 생각일랑 일절 하지 마시오. 언어를 빨리 배워 복음만 전하고, 제자를 양육하여, 교회를 세우시오.'
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나는 선교사입니다.' 광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일종의 센터나 기관.. 사업체 같은.. 그런 것이 있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곳이 있는 형태의 무언가가 있다면 모를까..
아무 것도 없다면, 현지에서 금방 쫓겨날 수도 있다.
좀 더 깊이 있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바라기는, 이 글이 선교를 준비하거나.. 선교사로 헌신했거나..
선교사를 후원하든지 파송하고 있는 단체 혹은 교회에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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